농촌 봉사를 하고.......
   --돈암 초등학교 3학년 4반 백지선--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드디어 오늘로 다가왔다.
며칠전 엄마는 들뜬 목소리로 우리에게
"애들아.. 너네 농사일 하는거 좋아하지?
엄마가 우리가족 농촌봉사활동을 신청했는데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었단다."라고 말씀하셨다.
여러번 농촌체험은 해봤지만 농촌봉사는 처음이라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난 놀이동산보다도
신나는 워터파크 보다도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자연과 함께 노는걸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의 기쁜 소식을 듣고 날아갈듯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아침부터 엄마는 우리세남매를 챙기시느라 정신없이 바쁘셨다.
아빠께서 바쁜 일로 못가게 되셔서 엄마혼자 우리셋을 데리고
가셔야 했다. 바쁜 엄마를 도와 드리고 싶지만 무얼 도와 드려야 할지 몰라
시키는데로 말을 잘 들었다. 그게 엄마를 도와드리는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이리 가는길이 멀은지.. 두시간 정도 걸려 좀 늦게 오계리에 도착했다.
꽉 막힌 고속도로를 빠져 시골길로 접어드니 바람에 살랑이는 곡식들이
우릴 반겨 주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감자를 캐러 갔다.
넓은 감자밭에 먼저 온 봉사자들이 열심히 감자를 캐고 있었다.
엄마는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 그러신지 감자를 엄청 잘 캐셨다.
나도 외할머니 댁에서 감자 캐본 경험을 생각하며 호미로 살살 흙을 팠다.
하나,둘,셋 흙속에서 나를 기다렸다는듯 뽀얗고 동그란 감자가 웃으며 쏙쏙
튀어 나왔다. 너무 이뻤다.
감자를 캤던 땅에는 내 땀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헉헉 힘들지만 알알이 나오는 감자때문에 참을만 했다.
그때 누군가가 내 호미를 가지고 갈려고 슬쩍 잡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 가져다 쓰세요. 손으로 파서 감자를 캐면 감자가 상처가 안나거든요."
한참 하다보니 손톱밑이 아팠다. 손톱밑에 흙이 끼어 새까맸다.
그래도 다캔 감자를 보니 보람이 있었다.
드디어 점심시간
아침도 제대로 못먹어 점심식사가 기대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불고기에 쌈.. 그것도 친환경이라니 안심이 되었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모든게 꿀맛이었다.
배가 빵빵해 지도록 먹었다. 편식쟁이 내동생도 골고루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쉬는시간.. 동준이가 잡아온 땅강아지를 가지고 놀았다.
자연관찰책에서만 봤던 땅강아지를 처음보니 징그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햇살이 고이 비치는 천막아래서 동생들과 가위바위보도 하고
깔깔깔 웃으며 게임도 하고..
너무도 즐거웠다.
즐거운 휴식시간이 끝나고 트럭을 타고 토마토를 따러갔다.
덜컹거리는 트럭은 놀이기구보다도 더 재미 있었다.
난 토마토가 이렇게 키가 크고 많이 달린건 처음 봤다.
유기농이라고 말씀하셔서 바로 따서 우그적우그적 씹어 먹었다.
밥을 잔뜩 먹고 토마토를 먹었는데도 맛있는건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맛있는 토마토를 혼자 먹기 아까워 이쁘게 생긴 토마토를 따서 봉투에 담았다.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릴려고 말이다.
다음은 조 수수를 심을 시간이었다.
이것역시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다.
선을 밟지 않기위해 신발을 벗었다.
조심조심 맨발로 다니며 흙을 파고 모종을 심었다.
발도 아프고 쉬도 너무 마려웠다. 그런데 화장실은 너무 멀고 심어야할 모종은 많이 남아서
참고 참았다. 다리를 꼬아가며 심고 있는 나를 엄마는 어떻게 아셨는지
"지선아.. 저기 트럭뒤에 가서 쉬하고 오렴.."하셨다.
역시 엄마는 내 마음을 너무 잘 아신다.
급한걸 해결하고 열심히 모종을 심었다. 이제는 재밌기 보다는 힘이 들었다.
바닥에 털썩 앉아 쉬고 싶었다. 근데 주변에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보니 쉴수가 없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를 했다.
다 심고 주위를 돌아보니 넓은 밭에 푸른 싹들이 가득 차있었다.
조금전만해도 그냥 황토색 밭이었는데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놓은듯 이뻤다.
다 하고 나니 아쉬움이 남았다. 좀더 정성스럽게 잘 심어줄걸.
그래야 더 잘 자라 많은 열매들을 맺어 줄수 있을텐데..
난 사실 잡곡밥을 싫어하는데 앞으로는 조수수 콩 등이 들어가는
잡곡밥을 잘 먹어야 겠다. 농부들이 이렇게 고생해서 얻어내는 소중한것이기 때문이다.
모든일이 다 끝난후 새참으로 찐감자를 먹었다.
처음으로 고추장에 찍어먹는 감자 맛은 'WOW!' 끝내줬다.
잠깐 타임을 이용해서 동생과 앞에나가 노래도 한곡 불렀다.
음악만 있었더라도 신나는 재즈댄스를 보여줄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올 무렵 내모습을 보니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 몸은 끈적끈적하고
얼굴과 옷에는 흙이 뭍어 얼룩강아지가 되었다. 엄마도 동생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큭큭큭~~ 우리가 시골에 살았으면 맨날 이런 모습이겠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정말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구름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해서 나는 좋고 농사일을 도와주는 봉사도 해서 농부아저씨께 좋고..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오면 좋겠다.
내가 심은 조야..수수야.. 쑥쑥 잘 자라거라..
나도 공부 열심히 하고 밥 잘먹고 쑥쑥 잘 자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