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갑자기 봉사를 가자고 했을땐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봉사를 가는 날은 여름방학의 마지막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은 캠프가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 주말은 좀 쉬면서 보내려고 했더니, 갑자기 아
빠가 봉사캠프를 가자고 하신다.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수학캠프, 과학캠프, 영어캠프 같은 캠프면 못이기는 척이라도 하면서 가려고 했으나, 봉사캠
프라니!! 나는 내가 쉴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이름도 모르는 섬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문 앞에다 ' 나는 못갑니다 ' 라고 써붙이기도 했고, 하루종일 입을 안열기도 했다. 머리
위로 잔뜩 먹구름을 몰고 다니기도 했으나 아빠의 대답은 계속 ' 가야한다. ' 였다.
평소 외식때도 ' 가고 싶으면 가고,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마라. ' 라고 말씀하시던 아빠는 어디

가신 건지. 결국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한숨을 푹푹 쉬어대며 짐을 싸야했다.

장봉도로 떠나는 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었다.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을 싫어하는 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 차에 올라탔다. 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내 뒤에 앉은 내 동생은 이런 내 기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계속해서 나는 건드리며 괴롭혔고, 나는 기분이 더욱더 다운되어 갔다.
우리가 티격태격 싸우는 동안 차는 선착장에 도착을 했고, 나는 최악의 기분으로 배에 올라탔
다.

장봉도에 도착을 하고, 나는 이 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을 다물줄 몰랐다.
내 머리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들과, 하얀도화지에 파란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놓은듯한 넘실
거리는 바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이미 내 얼굴은 ' 삐침 ' 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이 봉사캠프를 다녀와서 배운것이 있다면,

봉사는 베푸는 것이 아니고 나누는 것! 이다.
우리는 학교에서도 그렇고 교과서에서도 그렇고 봉사는 항상 내가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아니다.
봉사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나는 혜림원 식구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었지만 혜림원 식구들은 나에게 ' 보람 ' 이라는 큰 기쁨을 주었다. 오히려 내가
베품을 받는 입장이 되어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학생들은 남의 것을 빼앗고 상대방의 위에 올라가도록 교육 받는다. 나처럼 초등

학교 6학년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중학교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
지는 않았다.
방학이랍시고 보충에 캠프에, 기타등등... 이번 방학은 많이 정신없이 보낸거 같았다. 그래서
요즘 신경질이 더 많아진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혜림원 식구들을 보면서 티없이 맑고 순수한
그들을 보면서 난 많이 부끄러웠다. 내 황소고집을 꺾고 나를 데려와 주신 아빠께 너무 감사하
다. 어쩌면 아빠는 내게 이런 깨달음을 주려고 장봉도에 데려가신 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아빠 쪽을 쳐다보니 아빠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고 계셨다.

그리고 스텝, 초록티 세분들. 벌써부터 보고 싶어요.

벌써부터 장봉도의 시원한 바람과 티 없이 맑은 하늘이 그리워 져요.
제가 내년에도 캠프에 오면 언니,오빠들도 온다고 하셨죠? 저 꼭 갈꺼니까 내년에 꼭 있으
셔야 되요. 
내년에도 오고 싶으면 일년동안 논술공부만 열심히 해서 후기 잘써서 다시 오라는 말에 웃던
웃음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치는 것만 같아요.

정말 1박2일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일년후에 다시 가보고 싶다. 그러나 기회는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논술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