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말에  갑작스럽게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그 충격으로 새학기에 불안한 정서와 겹쳐 학교생활을 우울하게 시작하던 아이들을 보며 제 마음도 우울했었지요. 멀리떨어져 계셔서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어머님은 우리곁을 그렇게 훌쩍 떠나가셨습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봉사체험이라고 했을 때 시어머님을 떠올렸습니다. 이번 기회에 가족이 함께 할머니를 추억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시험준비기간이라서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기꺼이 참여의사를 밝혀 기쁜마음으로 신청했답니다.
  교보생명과 풀빛연대의 주관으로 여행일정이 세심하게 잘 준비되어 있어 봉사라는 마음보다는 어르신과 손잡고 나들이를 다녀온 아름다운 추억이  가슴 한켠에 소중히 간직되었습니다.  처음 신청난에 올라온 할머니 성함을 오해하여 '최복순할머니'라 불렀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그 성함이 더 정감이 있다며 우리끼린 '복순할머니'라고 불렀답니다.ㅎㅎ
 '최옥희할머니'... 아이가 다녀온 후 봉사활동 체험 난에 올린 소감을 대신해서 올려봅니다.
 가르쳐주신 전화번호가 어찌된 일인지 입력된게 지워져 다녀와서 문안인사도 못 드렸는데,  할머니께서  저희에게 먼저 전화를 주시면서 울먹이셨지요?  아이들이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전화가 안된다고.. 학교에 가 있는 시간에는 전화가 어렵다고 이제 제가 오전에 전화드리겠다고 했지요. 일하느라 자주 전화드리기 쉽지 않겠지만 시어머님을 기억하며  가끔 문안인사 드리겠습니다.
 
                             <아름다운 동행 -최옥희할머니와의 행복한 여행>            -배재경-
 
   광화문 광장에서 이번 여행에 참여 할 20가족이 모두 모여서 방배동 복지관에서 오신 노인분들을 만났다. 우리는 '최옥희 할머니'와 여행일정을 함께하게 되었다. 엄마의 착각으로 '최복순할머니'라며 잘 못 알게 된 이름때문인지 만나기 전부터 정감이 갔다. 최옥희 할머니는 인상이 좋으시고 활발한 분이셨다. 할머니, 할아버지분들과 인사를 나눈 뒤 버스를 타고 춘천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했다. 춘천의 명물 닭갈비였다. 
   소양강 댐으로 이동하여  소양강 물문화관을 둘러보고 배를 탄 후 청평사로 갔다. 원래 목적은 노인분들과 함께 청평사를 올라가는 것이었지만 할머니께서 최근 인공 관절을 넣는 수술을 하셔서 오래 걷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하셨다. 무척 아쉬웠다. 할머니와 함께 하지 못해 청평사 산책길을 포기하려 했지만 할머니가 등을 밀어서 가족끼리만  청평사를 다녀왔다.  날씨가 예상과 다르게 더워 청평사를 가는 길이  힘이 들었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동행하여 걷는 가족이 좀 부럽기도 했다. 다시 소양강댐으로 돌아와 할머니와 만난 후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나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런데 노인분들이 식사를 하시다가 밥이 너무 형편없다고 화를 내셨다. 노인분들을 우선으로 해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앞서 나온 밥이 거의 떡처럼 되어  화가 나신 것이었다. 숙소 주인이 사과하고 내일 아침은 맛있게 해 드리겠다고 해서 마무리가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 앞에서 모여 윷놀이를 했다. 먼저 5가족과 우리 가족(6가족)이 함께 했다. 우리 가족은 윷놀이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동안, 5가족은 모나 도가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우리를 앞질러 갔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가 윷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할머니는 윷놀이를 매우 잘하셔서 5가족과 우리 가족은 순간  당황했다. 할머니는 "모여!" "이건 걸이여!" "놀아!(한 번 더 해)" 라며 우리가족을 이끌어 나가셨고, 우리에게 잘 하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결국 막판에 우리 가족이 이기게 되었다. 할머니는 친구분에게 이긴 것을 자랑하시면서 매우 기뻐 하셨다. 게임이 끝나고, 노인분들은 먼저 씻고 주무시게 한 후, 가족들끼리 모여  선물해 드릴 자서전을 각자 만들었다. 엄마는 색종이를 빌려 예쁘게 꾸몄고, 언니와 나는 삼행시를 만들고 편지도 썼다. 글을 쓰면서 돌아가신 우리 부산 할머니가 자꾸  생각이 났다. 할머니에게는 한번도 편지를 써 드린 적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우리 자서전을 보며 예쁘다고 칭찬했다. 자서전을  만들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잠이 들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난 우리 가족은 할머니를 모시고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맛있게 만들어주시겠다고 숙소주인이 약속했기 때문에 아침식사가 무척 기대되었다. 다행히 아침식사는 저녁보다 더 푸짐하고, 밥도 질지 않아 노인분들이 만족해 하셨고, 우리 할머니도 기분이 좋아지셨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버스를 타고 온천에서 목욕을 하였다. 엄마와 언니와 함께 할머니 등을 밀어드리고 안마도 해드렸다. 할머니는 너무 깔끔한 분이신지 도무지 때가 나오지 않았다.  목욕을 하고 나니 기분도 좋고 피로가 풀렸다. 온천 앞에 있는 잣나무 길을 걸으면서 할머니와 함께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버스를 타고 김유정문학촌을 가서 점심을 먹고 문학촌을 둘러보았다. 김유정은 <봄봄>, <동백꽃>을 쓴 작가로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친근하게 느껴졌다. 김유정이 살았던 집이 그대로 복원되어 있어 옛날 느낌이 났다. 우리는 김유정문학촌을 끝으로  여행을 마쳤다.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하자 할머니께서 눈물을 훔치셨다. 나도 가슴이 찡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께 자서전을 드리자 집에 가서 꼭 읽어 보겠다며 즐거워 하셨다.
 
  이번에 가족끼리 갔다 온 봉사활동은 처음이었지만 정말 잘 다녀왔다. 봉사라기보다는 어색함이 없이  그냥 우리할머니와  손잡고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었다. 그래서 할머니와 다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웠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