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에 우리 가족은 일명 '노는 토요일'을 맞아 교보생명에서 주최하는 다솜이 봉사활동을 참여하기로 했다. 사실 제천 세하의 집을 계획하고 참여신청만을 기다렸으나, 뜬금없이 신종플루로 취소가 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신청하지 못한채 계획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바로 어제 있었던 도곡리 마을의 봉사활동이었다. 슬로건만 봤을 때에는 '작물 수확과 퇴비 만들기' 였기 때문에,  고생만 하겠구나,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고속도로를 두시간쯤 달려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그곳은 작고 소박한 마을이었다. 귀여운 명찰을 달고 계신 할아버지들도 계셨고, 도토리 이모도 계셨다. 2층짜리 노인정도 위치하고 있었는데, 주변 관경이 특히 가을이라 그런지 단풍이 들어 나무들이 멋스러웠다. 주차를 하고 내리막길을 내려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서 티셔츠와 가방을 받고 안내서를 읽으며 설명을 들었다. 한참을 그러다, 어린아이들은 트랙터를 타고 이동하고, 어른들은 걸어서 야콘이 심어져 있는 밭으로 이동했다.
 
 야콘은 처음 접하는 야채였다. 아빠한테 여쭤보니, 고구마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쑥쑥 잘 뽑히고, 주렁주렁 열려있는 것을 하나씩 뚝뚝 떼는 것이 재미있었다. 호미로 야콘을 까서 한 입 먹어보니, 씹는 느낌은 꼭 배같은데 맛이...
 야콘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를 저장해 둔 뒤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지금 먹으면 맛이 별로 없다는데, 그 말을 정말 실감했다. 아무튼, 야콘을 캔 뒤, 비닐 제거를 했다. 그리고 다시 트랙터를 타고 배추 밭으로 이동했다.
 
 배추를 뽑았는데, 엄마가 하나를 뽑고, 동생이 하나를 뽑고, 나도 하나를 뽑았는다. 그런데도 뭔가 서운해서 내가 아빠 몫까지 한 개를 더 뽑았다. 난생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배추를 포장하고 나서, 사람들은 깨와 콩을 불에 구웠다. 소리가 꼭 폭죽소리 같아서 사람들은 금새 모여들었다. 나도 떨어진 콩을 먹었는데, 불에 잘 구워진 것이 맛이 좋았다. 동생도 콩을 잘 먹지 않는데, 그 날따라 맛있게 잘 먹는 걸 보니 왠지 내가 더 뿌듯했다. 어떤 사람들은 메뚜기도 구워먹었는데, 귀엽게 생긴 애들이 '고기고기' 하면서 맛있게도 먹었다.
 
 개인이 뽑은 배추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고 하셨다. 직접 들고 걸어가면 무겁기 때문에, 나와 동생이 배추 2개씩을 들고 트랙터에 타고 이동했다. 다시 노인정으로 돌아와서 그 안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모든게 다 유기농이라고 했다. 맛있게 음식들을 먹고 놀았다.
 
 이 곳에 와서 가장 눈에 띄였던 것은 바로 움집이었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안에는 불을 피울수 있는 공간이 가운데에 있었는데, 나는 정말 그 곳이 신석기 때에 지어진 움집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그 곳은 할아버지들께서 수고하시어 지은 움집이라고 했다.
 
 그 움집 옆에 작은 움집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한 나무가 필요해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산에 나무를 베러 가고, 한 팀은 낙엽으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을 하러 갔다. 우리 가족은 산에서 나무를 베는 팀이었는데, 아빠가 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는데, 꼭 기술자 같았다.
 
 집에서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아빠였는데, 밖에 나오니 가장역할을 톡톡히 잘 해내는 것 같아서 멋지고 뿌듯했다. 동생과 엄마는 새참을 가지러 가고, 나는 나무를 날랐다. 당연히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일을 하고 새참을 먹으며 대화도 했다.
 
 나무를 열댓개 쯤 잘랐을까. 나무 자르는 일을 그만 두고 우리는 다시 모여 떡메치기를 준비했다. 준비가 끝나고 다른 팀 사람들을 기다릴동안 동생과 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도 탔다. 사람들이 온 뒤, 우리는 떡메를 쳤다. 그 커다란 망치는 굉장히 무거웠다. 한번씩 돌아가면서 치고, 떡을 잘라 콩가루에 묻혀 먹었다. 맛있었다.
 
 모든걸 정리한 후에, 사람들과 다시 집합장소로 모여 소감도 나누고, 일정을 끝마쳤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지난 일년동안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함께 즐겁게 보낸 것 같았다.
그 전에는 가기 싫다던 아빠도 재미있었다고 하셨다.
 
 사실 밥값도 제대로 못했지만, 맛있는 밥도 나눠주시고, 야콘도 나눠주시고, 배추도 주신 질울 고래실 마을 주민분들께 감사드리고, 이래저래 때가 안좋아서 유기농법으로 농사짓기 힘드실텐데도, 어렵게 고생하시며 농사를 지어주시는 이 땅의 농민들께 언제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가족간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베풀어준 교보생명에게도 정말 깊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