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면부터 너무나 환한 웃음으로 손부터 덥석 잡는 소녀 같은 효정씨,
저녁 무렵 당일 산행으로 피곤해보였지만 배낭을 멘 어깨가 들썩들썩~ 나름 할 말이 많은 듯 인사를 마친 명옥씨.
인형극 행사 연습으로 저녁식사 때가 되어서야 만나게 된 정혜?씨와 미숙씨.
굳은 날씨로 캠프 일정이 9월로 미뤄지면서부터 한 두 번의 전화통화였지만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친절했던 모아씨.
이렇게 이들을 만나게 된 장봉도에서의 일정은 설레임과 먹먹함, 그리고 뿌듯함으로 뒤섞인 특별한 1박2일이었다.

초행길이라 아침잠 많은 울~모녀는 아주 일찍부터 서둘렀는데 부랴부랴 비몽사몽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장봉선착장에 약속시간보다 40분정도는 여유 있게 도착했던 것 같다.
새우깡 받아먹는 갈매기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장봉도에 뱃머리가 닿아가고 있었다.
마중 나오신 관계자 분들이 모두 활기 있어 보여 기분이 좋았고 혜림원까지 가는 길 또한 편안했다.

혜림원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언뜻언뜻 맞이하는 분들을 지나쳐 일정을 소개받고 시작하는 교회까지 도착~ 울~모녀와 함께 할 가정의 가장 이름이 붙은 의자 옆에 앉아 일정소개를 들으며 울~수이니와의 여행에 들떠 잠시 잊고 있었던 봉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혜림원의 역사와 생활사를 전해 들으며 혜림원을 이용하고 있는 장애우들은 우리의 삶과 다를 것 없이 각자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린 이 곳에 어떤 도움을 주겠다고 온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그 들을 만나 무었을 도와주느냐의 문제가 아닌 얼마나 그 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느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함을...

혜림원을 오가며 처음엔 낯설었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 오는 대부분의 이용자 분들..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알 수 있었던 그 들만의 일상 속에 도시락 꾸러미..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혜림원 이용자 분들은 우리와 비슷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결연가정에서의 저녁식사는 일정 중에 가장 특별한 시간이었고 함께 준비한 음식을 한상에 둘러 앉아 먹으며 알콩달콩 그 들만의 개인사를 듣는 것 또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 자신 위주로만 생각할 때 들리지 않아 초반에 대화하는데 애를 먹다가 차츰 그 들의 생각과 움직임을 이해하면서 들으니 차츰 대화하는데 크게 문제되지 않음을 느끼며 내 자신의 어리석음과 편협함에 대한 반성도 해볼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중 살짝 무료해져 미숙씨와 다녀온 동네 어귀의 수퍼마켓까지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미숙씨만의 비밀 같은 이야기들..
우리가 그렇듯 그 들도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추억들을 기억하면서 살고 있었다.

캠프 일정이 시작되기 한 주 전에 직장 업무를 무리하게 한 탓인지 장봉도에서의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쉬던 중 밤새 심한 몸살로 뒤척이는 바람에 속상하게도 둘째 날 일정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숙소에서 쉬어야만 했다. 딸 아이 한테도 미안하고 특히 오전에 일정소개로 듣고도 비몽사몽 아무 생각 없이 숙소로 발길을 돌린 탓에 우릴 기다렸을 결연가정의 언니들께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다음날 몸둘바를 모를 지경...
이틀뿐인 일정 중에 하루를 그렇게 보낸 것이 어찌나 속상하고 미안했던지...

장봉도에서의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여가 훌쩍 지나 3일의 주말 연휴를 보냈다. 어느 정도의 컨디션이 회복되어 잠시 동안의 여유로움으로 몇 자 써내려가면서 9월이었지만 뜨거웠던 장봉도의 햇살을 기억하며 짧았던 만남들이 새삼스레 아쉬움으로 남는다.
혜림원을 나오며 모두 하나의 동작으로 손 흔들어 주시던 모습, 떠나오는 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혜림원 가족 중의 한 분이 “ 또~와~~” 라며 소리치던 모습이 생생하기만 하다.
빈손으로 찾아가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우리들에게 마음 가득 정을 나눠 주신 혜림원의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예쁘게 만들어 온 화분 잘 키우며 좋은 시간들 기억할께요. 꼭~ 또 다시 뵐 날을 기대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