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싸리비로도 피한다 했던가??
그런데 가을비 치고는 국지성호우처럼 너무나 무섭게 내렸다..
 
우리가족이 모두 봉사를 떠나기로 한 날... 9월 12일..
그러나 11일 저녁 부터 무서울 만치 많은 비가 내렸다..
봉사가 아닌 나들이였다면.. 우리는 분명 계획을 취소했을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서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30분..
2~3시간이면 넉넉하리라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길은 너무나 막혔다.
이렇게 비가오는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었다.
 
나들이 가는 양... 아이들은 신나했다.
우리는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거라며.. '체험'이 아님을 강조했지만...
도시락 싸들고 아빠와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서는 것은... 아이들에겐 분명 즐거운 일인 것이다.
 
교보생명을 통해 다솜이 가족봉사를 가는 길..
교보생명 담당자께서는 틈틈히 문자를 주셔서 우리를 안내하셨다 ^^
 
서울은 비가 많이 오는데 그곳은 무척 맑다며...  기쁜 문자를 보며 우리는 23km구간을 어언 3시간 가까이 걸려 통과했다.
 
 
도착해 바라본 홍성의 하늘은 무척이나 맑고.. 또 드높은 우리나라의 멋진 가을 하늘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푸르름이 짙어진 나무들 사이로...  황금 물결치는 들판 사이 위로 보이는 하늘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개회식을 마치고 처음 일정은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공장안에서 파운드 케익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었다.
 
지난번  우면산 캠프 때 보았던 친구가 또 같이 참여하게 되는 우연이 있었다 ^^
여기서 만드는 케익은  몸에 좋지 않은 버터도 빼고 현미로 만든 기름을 이용해 만들었다.
그리고 밀도 우리밀로 만들었다.
 
우리밀은 산소를 만들어내고 탄산가스를 빨아들이는 대기 정화작용이  나무보다도 훨씬 우수한 작물이라고 한다.
조금 비싸지만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밀을 애용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우리 조에는  어린 아이가 3명이라  서로 돕고 차례차례 해보며 파운드 케익을 만들었다.
잡내를 잡아주는 '청주'를 빼고 안 넣어.. 살짝 밀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맛있었다..
 
 
 
12시 10분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
우리는 우리몸에 좋은 식단으로 밥을 먹었다.
잡곡이 섞인 밥에 김치, 가지나물,고구마순 나물, 깻잎, 고등어 무 조림...
 
초라한 밥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렇게 먹는 것이 진정 몸을 사랑하는 것 아닌가??
아이들은 입맛에 맞지 않은지 생선조각과 김치만 갖구왔다.
 
 
밥을 먹고 밖을 나와보니 예쁜 그네가 있었다.
 
 
 
이렇게 볕 좋고  하늘 예쁜 날, 토요일 오후에 아빠와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이들은 충분히 행복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들어간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 논에서 '피'를 뽑는 것이다.
 
처음에 수현이와 수민이는 논에도 사람몸속에 있는 '피'가 있어서.. 그것을 뽑는거냐며?? 의아해 했고..
우리 부부는 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웃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맨 발로 느낀 논은.. 부드럽고... 어색했다.
순간 순간.. 발이 푹푹 빠져서 중심을 잡지 못했고..  벼사이에 벼인냥 숨어있는 '피'를 뽑아내는데.. 구분이 잘 안가서 애를 먹었지만
금새 구분이 돼기 시작했다.
 
얼마 하지는 않았지만 손은 군데군데 벌겋게 풀독이 올라 간지러웠다.
그래도...  내가 맡은 고랑은 끝까지 풀을 뽑았다.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마을이라 그런지 논에 우렁이 가득했다..
조금만 돌아다니면 한봉지 가득 잡을 수 있을 만큼..
 
다들 도시생활에 익숙해져서 처음에는 맨발로 논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하고 찝찝했지만, 금새 부드러운 흙의 느낌으로 편안해졌다.
이런 일을 안해본 사람들이라.. 논을 망치는 건지.. 돕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피사리를 했다.
 
 
뽑혀져 나온 잡초를 모아 놓은 것..
그 와중에도 수민이는 이것들 중에서 예쁜(?) 녀석들을 골라 꽃다발(?) 잡초다발(?)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놀거리를 찾는 것 같다.
장난감을 쥐어주는 순간 창의력은 사라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보는 도구들...  자연들 속에서 하나가되어 놀거리를 만들어 내고 찾아내는 도사들인 것 같다.
 
 
 
 
다음은 고구마 캐기..
여기서 아빠가 시골출신(?)답게 고구마 캐는 법을 수현이에게 알려주었다.
걷어낸 후..  밑에서 부터 살살 흙을 털어내면  고구마가 상하지 않게  캐 낼 수 있었다.
수민이에겐 호미가 무기가 될 수 있기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땅을 파서 고구마를 캐라고 했다.
 
 
아빠랑 아이들은 고구마를 캐고 캔 것중 가장 괜찮은 것 2개씩을 걷어 기부를 했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괜찮은 것 2개를 남을 위해 내 놓기 위해..   고르는 손길들은.. 분주했고,
남은 것이 아닌 가장 괜찮고 실한 것으로 나눔을 한다는 것은 돕는 자도 더 기쁘게 하는 것 같았다.
 
별로 일도 못한 것 같은데...  새참을 먹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와 고구마 ^^
처음 본 사람들끼리 만났지만 금새 도란 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리고 우리는 홍동환경 농업 마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축산 농가를 가서 그 곳에서 유기농으로 잘 자라고 있는 소도 보고( 보통 소들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서 동물성 사료를 먹지 않고
놀이터 시설에 1소 1선풍기 시설을 갖춘 ) 그 소들에게서 얻어진 우유로 만들어진 요쿠르트도 맛을 보았다.
 
이 요구르트에 빠진 수현이 덕에 2개를 사왔다.
떨어지기 전에 또 주문 배달 해야 한다 ^^(평촌 요구르트 : 041-633-3433)
쌀 도정공장도 가보고 풀무학교도 가보았다.
 
풀무학교가 있었기에 이 홍성이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 같았다.
풀무학교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한 것 같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삶과 가까운, 필요한 교육을 하는 이 학교..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안학교로써 멋진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생협을 들르는 길 ..
수민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와 함께..
 
이곳에 들러 과자와 요구르트 그리고 깨를 샀다.
 
 
그 앞에 있던 그네...
수민이와 친해진 이름모를 아이..
 
농촌이라는 곳..
삶의 뿌리이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근본임에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짐을  누군가에게 대신 지게하고 있는 이상, 늘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어야 한다는 사실..
 
밖에서 바라보는 멋진 들판, 깨끗한 자연을 품은 농촌은.. 사실 들어가보면 많이 아프고 힘든 곳이다.
작년에도 애써 지은 농사를 갈아 엎는 일을 하고 왔을 때도 느꼈지만, 오늘 또 다시한번 느낀다.
 
우리의 먹거리가 나오는 농촌..
이곳을 먼저 알고, 가까이 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온 가족이 함께 배워오는 귀중한 시간이였다.
이렇게 힘들게 애쓰고 노력한 봉사의 댓가치고 그들이 손에 쥐는 노동의 댓가는 너무나 헐값임에.. 가슴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