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도시락으로

즐거운 소통과 나눔을 실천해요

 

 

  내 생애 첫 자발적인 봉사활동 참여는 2011년 10월 8일에 이루어졌습니다. 그것도 두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봉사활동이라서 가족간의 사랑과 화합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는 아주 유쾌한 봉사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솜이 가족봉사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대구의 안심동사무소로 향하는 내내 왠지 모를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오늘 내가 처음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한 설렘과 특히 어떤 아시아 사람들과 만나게 될지, 아시아 음식을 직접 만든다는데 어떤 음식일지, 독거노인들에게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배달할텐데 어떤 분들일지, 머릿속에서 새로운 봉사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있었습니다.

  다문화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우리집 두 딸들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함께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직접 만나 이야기나누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지요. 아이들의 친구들 중에는 미국인도 있고, 일본인도 있고, 인도인, 파키스탄인도 있답니다.

대구에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주여성들이 즐거운 모임을 갖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자립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대구역 근처에 이주여성들이 함께 만든 태국음식전문점도 열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녀들의 열정적인 삶에 박수를 보내주었지요.

  사실 이 봉사에 와서 놀란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여성들이 이렇게 많구나’ 라는 것을 실감한 데 있어요. 필리핀사람, 베트남사람, 중국사람, 태국사람 아시아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내가 사는 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상황이니까요. 조금 낯설기는 했어도 서로서로 금세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글로벌 마인드가 생겨 친근하게 지내는 걸 보니 이심전심, 인지상정이 이런 건가 봅니다.

  대구에서의 아시아도시락 나눔 봉사는 먼저 아시아를 이해하고 각국의 문화차이를 통해 아시아를 이해하고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의식을 배웠습니다. 봉사에 참여한 여러가족의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중요하고 뜻깊은 시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피부색이나 나라의 빈부에 관계없이 여러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을 테니까요.

  아시아 나라별 여러 가지 생활용품과 악기, 장신구, 의상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악기에 관심이 많은 작은 딸과 의상에 관심이 많은 큰 딸이 정신없이 나라를 오가며 체험했는데 화려한 색감의 중국의상과 우리나라 실로폰 비슷한 태국의 전통악기가 인기 많았지요. 사람 사는 곳에서 한결같이 묻어나는 생활 속 잔잔한 감동같은 것이 그 물건들을 통해 전해져 왔습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었지요





  태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점심시간은 환상이었습니다. 모두 대구의 이주여성들이 운영하는 태국음식전문점에서 가져 온 음식이었는데 맛이 참 좋았어요. 태국음식은 처음 먹어 보는 거였는데, 태국식 게요리인 푸팟퐁거리는 아주 입맛에 맞았어요.

아시아음식을 직접 만들어 동사무소 인근의 독거노인분들에게 배달까지 해야 오늘의 임무 완성이지요. 점심도시락 메뉴의 베트남의 월남쌈과 태국의 쏨땀이라는 요리예요. 쏨땀에는 특이하게도 우리주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파파야가 들어가는데, 그 안의 씨는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해서 나와 같은 모둠에 배정된 베트남에서 온 다은엄마(아, 이름을 외우지는 못했어요. 죄송하게도 그녀를 그녀의 이름이 아닌 다은엄마로 부르겠습니다)가 재치있게 물티슈를 집어넣는 장면은 마치 우리나라 배태랑 아줌마의 향기를 풍겼지요,

여기서 잠깐! 나와 같은 모둠에서 도시락을 만든 베트남아줌마와 그녀의 고운 5 살배기 딸 임다은 양을 소개해야 겠어요, 베트남에서 왔다고 말안했으면 한국사람이라고 느낄 만큼 한국어가 능숙하고 외모도 한국인과 비슷해요. 나이는 이십대 후반쯤으로 나와는 열 살 넘게 차이가 나 보였지요. 아주 젊고 예쁜 다은이 엄마처럼 다은이는 어찌나 예쁜지 여느 다섯 살 부끄럼많은 아이와 똑같았지요. 대구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행복하게 한국생활을 하는 베트남 이주여성이라서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태국식 샐러드인 쏨땀은 파파야 껍질을 벗기고 채썰어 두고, 여기에 고소한 땅콩가루, 말린 새우, 매운 고추, 방울토마토, 라임, 설탕, 액젓이 들어간답니다. 손쉽게 이것들을 모두 버무리고 나면 맛있는 태국의 김치 솜땀이 완성됩니다. 라이스페이퍼를 뜨거운 물에 살짝 집어넣다 꺼내는 고난이도의 기술은 나보다 역시 베트남아줌마인 다은엄마의 우세였어요. 능숙하게 라이스페이퍼에 여러 가지 야채를 올려 월남쌈을 싸면서 아마도 그녀는 고향에 계신 그녀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이제야 듭니다. 우리도 맛있는 음식,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을 생각하면 엄마가 보고 싶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눈시울이 뜨거워지니까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의 손놀림에만 감탄하고 그녀 마음의 아름다운 울림을 함께 해 주지 못한 게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우리가 정성껏 완성한 월남쌈 도시락과 쏨땀 샐러드는 깨끗한 도시락에 담겼지요. 여기에 맛있는 영양떡과 잘 익은 사과 하나, 음료수까지 챙겨 넣으니 어르신들이 반가워할만한 아시아도시락이 완성되었지요.

안심동사무소에서 사거리를 두 번이나 지났으니 약 15분정도 걸어서 인근의 아파트에서 사시는 노인분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러 갔습니다. 첫 번째 제가 저의 아이들과 방문한 집은 장애를 앓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댁이었어요. 집은 좁았지만 굉장히 깨끗해서 깜짝 놀랐어요. 몸이 불편하시면 지저분하게 하고 사실수도 있을텐데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집정리 상태에 할아버지 할머니께 존경심을 느끼게 되었어요. 두 분은 저희가 전해 드리는 아시아 도시락을 받으시고는 환하게 웃으셨는데, 아직도 그 두 분의 웃음이 슬로우비디오처럼 내 머릿속에서 상영중입니다. 삶이란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속에서 한발 한 발 나아가는 긴 여행이라는 어느 싯구절과 참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두 분이 비록 장애는 있으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다시 한 번 빌어봅니다. 그리고 그 도시락, 맛있었는지도 여쭙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희가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 드실 만하셨어요?”

  그 곳을 나와 두 번째 방문한 집은 할머니 혼자 사시는 곳이었어요. 담배를 많이 피우셨는지 문을 열자 확 불어오는 담배냄새와 할머니의 쉰 듯한 거친 목소리가 우리를 반깁니다. 역시 집안은 매우 깨끗했어요. 어찌 그렇게들 잘 정리정돈 하시고 깔끔하게 사시는지 젊은 사람이 반성하고 배우게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저희 도시락을 계속 기다리고 계셨다면서 늦어지는 도시락에 ‘아마 도시락 배달은 장난 전화였나 보다’ 하시면서 포기하고 계셨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침 도착한 우리의 아시아 도시락이 어찌 반갑지 않으셨겠어요. 도시락이 반갑고, 사람이 반가운 얼굴이셨어요. 특히 함께 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시고 마치 친손자 친손녀가 온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사람 얼굴, 사람 목소리, 사람 손길이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에게는 더 절실한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분들이 덜 외로우실 수 있도록 더 자주 이런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겠다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눴지요.

  내가 전한 것은 월남쌈과 쏨땀이 담긴 도시락뿐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 안에는 사람사이의 정이 끈끈하게 담겨 있었을 테니까요. 그 정이 독거노인분들에게만 향한 것은 아닐테지요. 그 시간 한자리에서 아시아사람으로 함께 만난 베트남사람 다은엄마와 다은이, 그리고 한국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잘 꾸려가고 있는 필리핀 사람, 중국사람, 태국사람, 말레이시아 사람, 모두 모두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소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눔은 어렵고 힘든 것만은 아닐 거예요.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소통과 나눔을 실천하고 돌아왔습니다.

  제 아이들은 저보다 더 감동적인 것을 느끼고 왔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정기적인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을 얻었습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독거노인’이라는 단어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었는데, 무서운 것은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봉사활동의 시작은 이렇게 미약한 첫 걸음에서 시작하는 것이지요. 대구 공동체마을 만들기-아시아도시락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저희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은 마중물이 되어 우리가족을 봉사의 현장으로 향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기꺼이 달려갈 수 있는 가족 봉사쟁이들이 될 것입니다.